가톨릭여성회관






'범죄 피해자 보호'는 국가의 의무

40대 중반의 한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와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담당 경찰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애가 타는 듯 매우 절박한 모습이 수시로 보입니다. 때론 절규를 하기도 하고 경찰관에게 애원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꽤 시간이 경과된 후 그 여성은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접수대 앞에 엎드려 웁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끊임없이 전화를 합니다. 한 참 동안 그런 끝에 어떤 이가 와서 그녀를 데리고 나갑니다. 지난겨울 1월 중순께 지방의 한 경찰서의 범죄 신고 접수 장소를 녹화한 CCTV 영상기록입니다. 이 여성은 이로부터 이틀 후 다시 경찰에 실해위협을 호소하며 보호를 요청합니다만, 역시 받아들여 지지 않은 채 결국 그 다음날 무참히 살해를 당하고 맙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살해 위협을 받아 오던 피해자(亡人, 여, 당시 44세)가 가해자에게 목을 졸리는 상해를 당하고 경찰에 신변을 요청하였으나 묵살당하고,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고의성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재차 신변 보호를 요청하였음에도 경찰이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만 처리하여, 결국 교통사고를 당한 다음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것은 경찰관들이 직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므로 응분의 조치를 구한다”며 2007. 3. 15. 진정한 사건에 대해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경찰청장에게 수사·관행 등에 대한 제도 개선과 산하 기관에 소속된 경찰관들에게「인권·직무교육」을 실시할 것, 그리고 해당 경찰서장에게는「주의」, 해당 경찰관들에게는「징계」조치를 권고하고, 유족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법률구조」를 요청하였습니다.

경찰청은 범죄피해자 보호조치를 위하여「범죄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발간하고 업무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만, 산하 일선기관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최초로 접한 경찰관의 경우, 30여년에 가까운 경찰경력에도 불구하고 경관재직 중 신변보호요청을 받아보거나, 조치를 취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심지어 신변보호요청 관련 관계법령이나 매뉴얼의 내용 역시 전혀 숙지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피해자 인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배려와 지원은 다른 어떤 부분보다 특별히, 그리고 신속히 강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피해자보호에 관한 사항은 지난 2006. 1. 대통령에게 권고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도 중요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범죄로부터의 1차 피해 방지와 수사·재판과정에서의 2차, 3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수행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인권 사안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가 범죄피해자일 경우 겪게 되는 2차, 3차 피해자화는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과제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작년 말 『범죄피해자보호·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기본계획』은 그동안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대책으로 거론되어 왔던 거의 모든 내용들을 망라한 만큼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또한 뒤늦게나마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적 보호·지원의 종합적 기본 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법무부가 시안을 마련하여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하기까지, 관계부처의 의견조회와 전문가 심의 등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범죄피해 당사자 등 관계자를 비롯해,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 의견수렴의 기회나 검증의 절차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각 정책과제를 책임 있게 실현해야 하는 추진주체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 대개의 정책과제들이 ‘신중검토’, ‘장기검토’, ‘검토추진’, 또는 ‘연구검토’ 등으로 분류되어 궁극적인 정책실현의 시점이 모호한 만큼 각 정책과제별 후속실행방안들이 일정별·단계별로 보다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계획』이 국민의 인권보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6. 7. 국가인권위원회 범죄피해자인권보호TF(위원장 김호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김인숙 변호사, 오영근 한양대 교수,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 이호중 한국외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 위원7인, 이상 가나다 순)을 구성하고 총 8회의 전문가 간담회와 한 차례의 관계자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위 기본계획의 내용을 검토하여 TF의 검토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기초로 국가인권위는「국가인권위원회법」제19조 제1호에 의거, 법무부장관에게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표명』을 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범죄피해자의 회복지원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적·사회적 지원체계는 단기적 지원체계로부터 장기적 지원체계를 모두 포괄합니다. 단기적 지원체계는 범죄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의 극복을 위한 지원체계이고 장기적 지원체계는 궁극적으로 피해자가 사회에서 다시금 안정적인 사회적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지원체계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는 통합적 피해자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전문화된 민간단체와 의료기관, 사법기관, 교육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피해자지원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2) 사건초기단계에서 신속한 피해자지원을 위한 ONE-STOP 지원체계를 증설하고 그 기능을 활성화하여 협력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3) 단기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지속적인 치료지원과 상담, 나아가 교육 및 취업의 알선 등 중장기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하고,
(4) 지방자치단체는 통합적 피해자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문가를 발굴, 활용하는 한편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국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피해자지원체계가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5) 피해실태와 지원제도에 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강화하고,
(6) 장·단기 지원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하여 관련 부처간 유기적 협력 체제를 확보하여야 하며, 예산당국과의 협의를 강화하여 관련예산을 확충하는 등 근본적인 재원마련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2)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지위강화
형사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1)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당하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신뢰관계인의 동석권을 보장하고 비디오 중계 장치 등에 의한 증인신문제도를 활성화 하는 한편, 피해자보호를 위한 재판비공개제도를 운용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피해자의 형사절차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피해자의 정보권을 보강해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통지제도를 강화하고, 공판정 출석권 및 소송기록열람·등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3) 피해자의 형사 절차 참여시 적법절차의 보장을 위하여 피해자에게도 피의자·피고인에 준하는 방식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시급히 보장해야 합니다.

3)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한 민간단체 지원의 활성화
피해자보호를 위한 민간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므로 민간단체의 활발한 피해자 지원활동을 촉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인 재정지원 대책을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의 지나친 관리감독은 민간단체의 자율적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은 필요 최소한의 수준에서 그쳐야 합니다.

4) 인권취약계층 범죄피해자 보호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특별한 피해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외국인, 이주민 등을 위해서는 조사 절차의 전문화 등 특별한 보호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 범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이후 지속적으로 심각한 후유피해가 유발될 소지가 큰 범죄피해를 경험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와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범주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범죄피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건강한 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이고도 효과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보다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글 : 국가인권위 침해총괄팀 김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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