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여성회관



가진 것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백호경 2008.06.30 08:47 조회 수 : 2059

가톨릭 여성회관의 일방적인 수업거절 통지(저희들은 오로지 자원봉사만 해서 해고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기에)를 받은지도 10여일이 다가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 모멸감과 아픔이 잊어질 것 같은데도 다시 수업을 가야하는 요일이 다가오면 가슴이 쓰리고 괴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게는 십년 넘게 봉사를 나가다 보니 몸에 밴 습관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제까지 한 식구처럼 웃고 떠들던 한울학교의 많은 어머님들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나면서도, 한 학기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무책임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게 참으로 억울합니다.
  저희들을 내친 진짜 이유를 듣고 싶어 관장님을 찾아뵈니 꽁꽁 숨긴 이유라면서  말씀하신게 두 세 명의 선생님이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여러 궁리 끝에 1,000 시간이 넘는 선생님을 자르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을 내쫓은 진정한 이유가 그것이라면 사전에 얼마든지 조율해서 문제를 해결했으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어느 곳도 자기 시간 내고, 차비 들여서 6~10년 넘게 봉사한 사람들을 무 자르듯이 단칼에 잘라 내보내는 법은 없다고 봅니다.
  자원봉사 시간이 1,000시간이 넘었다는 이유로 9명의 교사를 자르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무마하려한 관장님과 실무자의 태도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인권이 중요하다며, 인권수업을 하면 뭐합니까?
1,000 시간이 되도록 봉사한 교사들에 대한 인권은 전혀 생각해 주지 않고,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일방적으로 저희들을 내쫓은 처사는 무엇으로 해명하실랍니까?  그 거대한 힘 앞에 쫓겨나면서도 저희들은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을 믿고, 뒤에서 응원해준 가족들에게는 이제 무어라고 이야기합니까?  오늘도 자원봉사를 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저희 아이들에게 “얘들아, 너희는 조심해라. 너희가 만약 자원 봉사를 하려면 너무 많은 열정을 쏟지 말고, 그 기관이 어떤 곳인지 미리 살피고 가서 상처받지 말아라” 라고 해야 합니까?
그저 창피스럽고 참담한 현실에 한숨만 내 쉽니다. 회관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올 수 밖에 없는 너무도 나약한 존재들이기에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적어도 세월이 흘러 다음에 저희 아이들에게 오늘의 이 일을 말하면서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말없이 숨만 죽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소신을 밝혔다고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2008년 6월 30일 월요일 내쳐진 한울학교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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